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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라는 책에는 저를 단숨에 사로잡은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70%의 자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인용구가 약간 긴 느낌도 없지 않지만 한구절도 놓치기 싫은 마음이 들어 전부를 인용해봅니다.
나는 그 '자리'가 그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70%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30 정도의 여백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 입니다.
자기의 능력을 키우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자기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동양사상의 가르침이라는 말입니다.
70%의 자리는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밤을 낮삼아 일하는 개발자와 개발자라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회사가 많습니다.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개발자 스스로에게는 냉소지만 관리자들에게는 자신의 탁월한 관리능력의 표현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70%의 자리 담론을 적용해본다면 이런 회사들은 이미 창조적이거나 창의적일 수 없는 회사입니다. 능력의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욱 참담한 현실은 이런 회사일수록 자신의 능력이 얼마인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프로젝트의 스케쥴은 우연적 요소에 의해 고무줄 늘어나듯 변경되기 일쑤입니다. 매출에 대한 예측치 역시 과학적인 타산보다는 희망섞인 추측으로 평가됩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사람을 충원해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람을 늘린다고 해서 회사의 능력이 그에 비례하여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회사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터무니없는 일정으로 개발자들에게 압박감을 줍니다. 물론 이럴 때는 항상 시장 상황이라는 핑계를 대곤 합니다. 강요받은 일정이 지났을 때 개발자가 처하게 될 상황은 가히 절망적입니다. 그 때부터는 절대로 정시 출퇴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개발자에게서 30%의 여백을 빼앗는 것이지요. 개발자가 일정에 허덕여 창의성을 잃었다면 회사도 그와 동시에 창의성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개발자에게서 회사의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즉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은 회사의 객관적 능력을 초과하는 일들을 개발자의 희생으로 메우고 있다는 부정적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럴수록 회사의 능력을 객관화하여 관찰해야 합니다. 물론 객관화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개발자들에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일을 시켜 보세요. 에구, 일의 진척이 너무 더딜 것 같다구요? 미안한 말이지만 그게 그 회사의 객관적 능력입니다.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기의 자리를 찾아야 하는 법입니다.

